밤송이

가을이 오면은 지나온 날들에 가시 돋우던 밤송이도 밑으로 밑으로 향한다.
나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다가오지 마세요. 푸른 날에 혼자였던 밤송은
무엇이 두려워 청춘을 그의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나?
가시도 갈색빛으로 영그는 가을날에 이제는 나의 마음도 가득차서
숨길 수 없이 벌어져 오동통 반들반들 갈색의 밤톨 세 개가 차있다.

노을 지는 하늘이 내려와 우리의 꿈속에 쉬곤 하는 밤이 오면 밤알들은
누린 꿈을 꾸었을 테다. 상처투성이의 가시 속에서도 마음을 키우곤 하여서
그 마음이 온전해질 가을날, 누군가에게 마음 쓰는 날을 밤알은 고대했을 것이다.

온 생애를 통해 예쁘게 자라온 나를 바라보아 달라고
가시 사이로 부끄럽게 열린 밤톨 세 놈은 부드럽고 따스한 너의 손길을
윤기나는 마음으로 맨들맨들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