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

어머니, 하루의 저변을 서성이며 기다리시길 중천의 해를 굴리어 집으로 돌아오는 나와 나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를 어스름에 반겨주십니다.

터벅이 걸음으로 이 거리 멀리서 나와 나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의 잔영이 아른거리면, 어머니의 구름은 이내 주홍과 선분홍 그리움으로 보고 싶었던 얼굴과 묻고 싶었던 하루를 물들이십니다.

나의 생의 첫 기억은 커다란 심연... 어머니의 눈동자와 시선하면 유유히 흐르던 억년의 검은 융단을 찾아온 하루 끝에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기면 배냇짓에 희운 미소 띄우던 미리내가 밤을 적시어 옵니다.

가만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늑한 어둠,
나와 나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의 시린 밤하늘에는 밤을 사이에 두고 속삭이는 별들과 늘 같은 면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이 걸쳐져 있습니다.

잇닿은 밤과 밤들에 어머니의 하이얀 감박임이 몇 되의 아련을 담고 또 덜어내어 온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감은 눈 양단에 드리우는 그믐의 깊이를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나와 나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는 늘 같은 일상을 돌아서 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