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밤의 공허를 기우던 별들의 낙하


알알이 휘모는 추운 밤 눈발은

땅의 것들을 몰아낼 기세를 더해간다

 

고까운 나는

여기 툭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시공을

낙엽처럼 그 위의 눈처럼 쌓으며 지새우는 터

 

한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바래진 거름 한 장 한 장을 읽어내며

육신의 테와 발 디딘 대지에 한 겹 한 겹 더해 온 어제가 단단하다

 

푸른 하늘 구르뫼 자락에는 분명 도원이 있기에

어떠한 이끌림으로 자신을 세우고 손을 뻗어본다

 

그간 바람에 실어 보낸 씨앗들은 얼마이고

결실로 거둔 곡식과 열매들은 얼마일까

 

한평생이 무색하게 백지장을 내미는 겨울이 춥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혹한에 살아남기 위하여

커다란 이상과 포부로 어제의 유산을 고갈시키며 나아간다

 

숨결이 서리는 차가운 계절에 긴 호흡을 가다듬는다

사상은 공기처럼 차오른다

 

이 겨울을 나고 앙상한 가지로 하늘을 거머쥘 그날은 분명

동무들의 흙빛 욕망 사이로 신록이 피어날 그날은 분명 봄일 것이다

 

그래서 난 항상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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