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이라고 생각해요

풀숲을 헤치며 길을 찾아 헤맨다

부릅뜬 마음은 걸음을 재촉하지만
어둠이 자리잡아 천지를 분간키 어렵고
침잠한 이슬은 발걸음을 잡고 적시어 운다

짙은 밤은 푸르름이 사라진지 오래

검은 이 시공간에서 새하얀 것이라고는
창백한 채로 방황하는 이 몸뚱아리 뿐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어데 가 있는가

이 몸의 안위를 걱정하기에는
쿵쾅대는 가슴 통증과 헐떡이는 숨이 위태롭다

승냥이라도 좋으니 생명을 만나고 싶다

비록 가진 것 없는 몸뚱아리이지만
모든 것을 내걸고 걷고 또 걸어본다

생의 염원은 무로 회귀하는가
멀게만 느꼈던 종말이 내게도 도래하는가

시야에 맺히는 끝이 보이지 않기에
이제 끝이구나, 털썩, 대자로 뻗어 눕는다

속을 알 수 없는 하늘에 눈을 감는다

그래도 축축한 풀섶이 나를 위로한다

습함이 되려 포근하다
노곤히 꿈을 꾼다
시간이 흐른다...

안개는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푸른 여명은 붉게도 어둠을 몰아낸다

속절없이 헤매던 수풀림에 이 몸을 맡긴다

나는 간다

그대여,
설령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일지라도...

“이른 새벽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