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역설적이게도 바람에 나부끼는 햇살과 잎사귀의 물보라가 따사롭다.

사계절의 만감이 교차하는 추수의 계절, 초록이 여물어 황금벌판을 봄이고 땀흘린 댓가를 추수하여 곳간을 열음에, 겨울의 밤을 두둑히 채우는 바이다.

가을이 들어선 대지에 누런 마음의 은행나무처럼 우뚝 서서 쓸쓸한 바람을 맞는다.

분명 겨울을 피해 온 놈일테다.

녀석이 역행하는 곳으로 몸을 기울이면 여름과 봄의 풍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가을에 되내이는 추억을 낙엽에 담아 겨울에게 부친다.

한해의 결실에 힘이 들 여정의 노잣돈과 희망을 담아 보낸다.

녹록치 않은 삶의 때가 묻은 겉이 미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