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과 시

하염없이 내리는 가을의 비에

작열했던 지난날들의 태양이 따사롭게 다가온다


수확의 계절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이토록

흐르고 달려왔을까


우리의 뜻은 지상 어느 곳에 심겼으며

예년과 같은 결실들로 우리 가족 따듯한 겨울을 날까


봄, 여름, 가을, 겨울


하염없이 바라는 푸르름이 모두를 위한 뜻이라 해도

자연은 우리에게 겨울을 건넨다


추운 계절에 들어서

살아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생각 (生覺) 하자


우리는 우리이다


돌고 도는 일상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좋은 뜻이 있기에


인생이라는

고난과 역경을 통하여


우리는 그 끝에, 마침내 흐르어 갈 것이다


나의 종 (終)은

우리의 시 (始)이다


해가 지면 떠오르는 달로 하여

깊은 밤은 푸르러 가고


혹독한 겨울을 지새우면

또한, 눈이 녹아 다시 봄으로 흐를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 함께 흐르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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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dy se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