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에서 그믐까지
취한다
보름이 밝은 달밤에
홀로 술잔을 비우니, 저 가득 찬 것을
혼저 다 취한다
비우는 술잔 반 달에 그믐
채우는 술잔 반 달에 만월
두둑해진 달밤에 우리네 밝은 낯을 보러가
함께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통에
기울이는 술잔 반 달이면 초생 (初生)이렸다 !
묻겠다
갓 태어난 너희는 빈 잔에 무엇을 채울 테냐
전 생으로 바라 마지않던 뜻을 채운 바
그 뜻이 우리와 같다면 다시 비울 테냐
우리 같이 길고 긴 밤을 두고 두고
빈 달을 채우고 다시 보름을 기울여보자
그렇게 너희도 하늘 너머를 시선할 그믐 즈음에 서면
미리내 유유히 흐르고 있는 황홀을 밝게도 보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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