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름산이
등불 하나에 의지하여 오르는 새벽 산.
동이 틀 무렵까지
한 치 앞마저 심연에 휩싸인 악산을 오른다.
운해를 가르매 바라미 휘돌고
켜켜이 손잡은 가지들 스산한 기운에 기침하니
날 것 뛸 것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기지개를 켠다
동면 보다 더 깊은 안식에 취할 날은 오래
해가 오르매 어제와도 같은 고행을 걷자
뚜벅. 뚜벅. 돌과 흙. 낙엽과 밤가시.
하늘과 지옥길. 그저 걷자
천왕봉을 바라고
누구보다 먼저 깨어
휘도는 달음박질에 우뚝 선 정상
태양은 여즉 출하지 아니하였고
높은 자리에 자리 잡은 명줄이라곤 간난 쥐새끼들 뿐이니
내 땀이 참 춥다.
파이란 창백이 붉어오는 여명.
지천에 깔린 절경이 밝아오는 새벽의 끝.
하산하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