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목장] 5. 전화는 오자마자 받아야해

 "ㅇㅇㅇ 사장님"

이른 새벽, 핸드폰이 누구에게 전화가 왔다고 일러준다.


바로 전화를 받는다.

"네 사장님!"


"정수의사, 난산인데 올 수 있어?"


"네, 30분 뒤에 도착하겠습니다."

찰나의 시간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1. 목장 사장님께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책임질 수 없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여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2. 가장 어두운 새벽이다. 사장님의 단단한 목소리에는 미안함, 애닳음, 희망, 간절함 등이 담겨있다.

3. 사장님의 책임을 내 어깨에 짊어졌다.

4. 난산에 대한 내가 경험한, 익히 들어온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며 차를 몰아간다.


전화는 오자마자 받아야한다.

그리고 가능의 여부와 시간약속을 잡아야한다.

사회의 모든 일들을 누군가는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목장에 도착했다.


송아지는 죽어있었지만 다행히 난산을 해결했다.


송아지는 정상위로 있었는데, 깨나 크기가 큰지

머리만 산도로 나와있고 두 앞다리가 잡히지 않았다.


자궁이완제를 미정맥에 주입하고

추퇴법으로 차근차근 한다리, 한다리 정복하고 분만줄을 양 다리에 결찰한다.


사장님과 둘이서 분만줄을 당겨보지만 송아지가 커서 나오지 않는다.


분만도르레를 설치하고

착유를 부랴부랴 마친 목장 식구들이 다 나와서

둘은 당기고 하나는 도르레를 잡아 고정하고

정수의사는 외음부로 향할수록 하방으로 향하는 산도를 생각하여 분만줄에 체중을 싣고 아래로 누른다.


어미 젖소가 힘을 줄 때에 맞춰서

"헛 ~ 둘 ~ 헛 ~ 둘 ~"


난산을 해결했다.


일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70세까지는 일해야하지 않겠느냐.'

'몸 조심하면서 일하시라.'

'애기는 곧 나오겠네요.'

'밥은 먹고 왔느냐.'


송아지는 죽었지만 다행히 어미소는 새끼를 빼서 젖을 짤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산차도 무사히 잘 짰으면 한다. 그게 어미소도 오래 살고 볼 일이니까.


정기검진을 위해 난산만 해결하고 (산후조리는 목장에 맡겼다.) 다시 차를 몰아간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소 수의사는 낭만이 있다.

매일 내일에, 사계절을 체감하며 차를 타고 소풍을 다니는 생활.

오늘은 새벽일을 하여 소도 살리고, 보너스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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